모든 점에서 치밀한 수양대군의 임기응변과 정치적 흐름이 수양에게로 집중되고 있음을 보이는 한 회가 아니었나 합니다. 비록 <공주의 남자>에서는 악역으로 나오지만 장차 보위에 오른 세조는 많은 인물을 숙청하는 임금이기도 하지만 또한 많은 사회·문화적인 치적을 남긴 임금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딸 세령과 직강 승유와의 일을 알게 된 수양대군은 이 일이 발각되게 될 경우 자신에게 불리하게 됨을 알고 또한 어여삐 여기는 딸 세령을 위해서 승유의 문제를 재고하려 합니다.
세령: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시어요. 그 사람이 잘못 되는 날에는 소녀도 살아갈 수 없을지 모릅니다."
수양대군: "너는 이 곳에 온 적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승유를 만나서도 안된다."
애타게 애원하는 세령이 눈에 밟혀 승유의 거취를 재고하는 수양대군...
직강 승유의 하옥은 본인에게 있어서 사랑과 우정 그리고 부마간택 뿐 아니라 아버지 김종서의 삭탈관직에까지 너무 많은 일에 영향을 미칩니다. 너무 잃는게 많지요. 잃은 이가 있으면 얻는 이도 있는 법. 수양대군은 승유로 인해서 정적인 김종서를 궁 밖으로 몰아내고 부마간택에 있어서도 자신이 택한 이를 부마로 택하게끔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였을 뿐 아니라, 신숙주 가문과의 정략결혼도 언약을 받아내게 됩니다.
우정의전환점
정치 9단인 수양대군은 자칫 이 일로 일가가 위태로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위태로움을 이용하여 두 가지를 얻어내게 되는데 그 한 가지가 바로 신숙주의 아들이자 승유의 지기인 신면이라고 여겨집니다.
물론 5회에서는 신면의 변심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자신의 아버지인 신숙주가 승유를 참하라 고한 것을 듣고서 번잡한 마음을 삭히려 무예 연습을 하며 칼을 땅에 꽂는 장면이 나옵니다. 무장이 생명 같은 칼을 버리는 것은 목숨을 버리는 것이요, 목숨을 버리는 것은 모든 것을 다 버릴 수 있다는 의미이니, 이 장면은 신면이 나중에 승유와의 우정 또한 버릴 수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죠.
또 하나는 김종서가 아들 승유를 살리기 위해서 수양대군에게 백기를 드는데, 수양대군은 승유를 살리는 댓가로 김종서가 현직에서 물러날 것을 종용하게 됩니다. 변화무쌍한 정세의 급변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경혜의 마음과 승유의 마음, 김종서의 충정...이런 것들이겠지요.
경혜공주와 정종의 인생의 전환점
경혜공주는 승유를 향하였던 마음을 추스리기도 전에 혼례를 올릴 생각을 하니 마음이 답답합니다. 세령이 찾아오자 그녀의 뺨을 후려치며 너로 인해 몇 사람의 인생이 바뀌었는지 아느냐며 화를 내지요.
혼례를 올리며 정종을 알아본 경혜공주는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세령을 대신해 궁 밖으로 외유를 하던 중 자신의 가마에 탔던 정종의 뺨을 후려쳤던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죠. 혼례가 끝날 무렵 문종은 지병이 악화되어 쓰러지게 됩니다.
승유가 정세에 개입하게 될까?
김종서는 자신을 대신해서 승유가 문종과 단종을 보필할 것을 명하지요. 머리를 비우고 오라는 말에 승유는 세령이 살아 있는지만 알아봐 달라며 신면에게 부탁하고 나서 길을 떠납니다.
승유가 문종이 위독하다는 서필을 받고 상경하면서 저잣거리에서 잠시 말을 내려 그네를 뛰는 장면을 보면서 세령을 떠올리게 되는데, 마침 세령도 어머니와 함께 절에서 불공을 드리러 갔다가 저잣거리에서 꼬마 스님 두 분과 함께 놀던 중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재회를 하면서 놀라움 반, 설레임 반으로 눈빛을 교환하게 되는데......
p.s. 1. 만약 승유가 수양대군을 김종서 대신 견제하게 된다면 궁에서 그를 도울 사람은 친구인 정종일 것입니다.
2. 정종은 정치에 관심 없이 매일 술이나 좋아하던 몰락하던 가문의 힘없는 한량일 뿐이었는데 이번에 부마간택으로 인해서 크게 신분상승이 되었지만 정치적인 힘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승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는 모르겠네요.
3. 승유가 정치적인 개입을 하게 되면서 세령이 수양대군의 딸임을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요.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