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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대군이 던진 화두 |
<공주의 남자>는 뛰어난 영상미와 더불어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 그리고 정사와 야사의 스토리를 아우르는 스토리텔링, 연출 등 거의 모든 것에서 부족함이 없는 명품 드라마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뻥을 좀 보태서 말하자면 한 장면, 한 장면이 명장면이었고 명대사들이었다고 보여질 정도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 매력적인 드라마였습니다.
세령과 승유의 만남이 달콤하면 달콤할수록 이들의 비극적 운명을 지켜봐야 하는 시청자들은 마음을 더욱 졸여야만 했을 것입니다.
원수의 딸을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정에서부터 수양대군과 승유의 끈질긴 악연과 함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들에 대한 정황묘사와 심리묘사도 뛰어났습니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이들 두 사람이 드디어 마지막 클라이맥스로 다다르게 됩니다.
마침내 승유가 수양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그의 목을 치려고 하지요.
정사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야사가 전설이나 민담 등의 허구성이 많은 이야기로 구성이 된다고 본다면 이 장면은 정사와 야사가 만날 수 있게 만든 공남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이야기일 것입니다.
<공주의 남자>에서는 이렇듯 정사와 야사가 만나면서 그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가의 개입이 많은 작품이지만 조금도 억지스럽거나 과장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사의 편(수양대군)이 되지도, 야사의 편(승유와 세령)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려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정사는 정사대로 살아 있게 만들고, 야사는 야사대로 살아 있게 만들며,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드라마의 캐릭터들 또한 멀리 조선시대의 인물들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숨을 불어 넣었습니다.
시청자들은 수양대군, 세령, 승유, 정종, 신면 등 <공주의 남자>를 끌어온 캐릭터들의 연기에 몰입이 되기도 하고 또 한 발 물러서서 그들의 선택과 삶의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 볼 시간도 주어졌던 것 같습니다.
크게 말하자면 수양대군과 같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사느냐, 아니면 승유처럼 대의를 위해서 사느냐에 대한 고찰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수양은 자신을 죽이러 온 승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양대군: 너와 내가 다른 점이 무엇이냐?
계유정난을 통해서 수많은 이들을 죽이고 옥좌를 얻은 수양과 자신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수많은 이들을 죽인 승유가 다른 점은 과연 무엇일까요?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대사를 하는 곳이 승법사란 절입니다.
수양대군이 한 대사는 우리의 삶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일종의 화두인 셈이죠.
선과 악, 원인과 결과, 죄와 벌......
이러한 단순 논리만으로 쉽사리 답을 내릴 수 없는 것이 삶입니다.
비록 <공주의 남자>에서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한 인물로 악인의 모습이 부각되어 있지만 수양대군은 수양대군 나름대로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 계유정난을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만약 역사가 김종서의 손을 들어줬다면 비극의 주인공은 수양대군이 될수도 있었다는 말입니다.
금선탈각의 반전의 묘미를 맛볼 줄이야~~ |
수양의 목에 칼을 겨누는데 까지는 성공하였으나 승유는 수양의 목을 베려는 순간 수양의 말에 칼을 멈추게 됩니다.
수양대군: 세령이 니 아이를 가졌다.
이 틈을 놓칠세라 승유는 수양을 비호하는 무리들에게 사로 잡히게 됩니다.
그리고, 절에서 살생을 하도록 하지 못하게 하는 만류하는 왕비와 세령 때문에 승유는 옥에 갇히게 되지요.
육모 방망이로 정수리를 정통으로 가격당한 승유는 피가 철철 흐르면서 숨이 간당간당하고 정신이 혼미하게 됩니다.
자신을 임금으로 인정하는 말을 하면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수양의 말을 들을 승유도 아니고, 그를 설득하라는 왕비의 말을 들을 세령도 아닙니다.
경혜공주: 뱃속의 아이에게 애비 얼굴은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
경혜공주의 말에 경혜공주의 삶을 닮을 동병상련의 운명을 느낀 것인지 세령은 눈물을 보이면서 왕비와 경혜공주에게 설득을 당한 듯 옥에 갇힌 승유를 만나지만 그의 삶의 무게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기에 세령은 그의 뜻대로 그가 죽음을 선택하리란 사실을 알면서도 그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죽음을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이는 승유입니다.
승유가 정신을 잃은 것이 마치 죽은 듯 보이게 되는데 여기서 왕비가 이들에게 놀랄만한 계책을 꾸밉니다.
왕비: 너희들은 이 순간부터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수양에게서 이들을 살리기 위한 일종의 금선탈각의 계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죽음을 가장하여 수양을 속인 셈이죠.
세월이 흘러 노환을 치료코자 궁 밖을 나서던 길에 승유를 보고 깜짝 놀라서 그의 뒤를 밟습니다.
승유는 두 눈을 잃고 장님이 되어 세령과 함께 지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모든 것이 왕비의 일임을 안 수양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왕비를 바라보지요.
이 또한 작가의 개입이라 볼 수 있는데 정사로써의 세조의 삶을 다하게 하고, 야사의 승유와 세령 또한 살아 숨쉬게 만드는 매우 바람직한 작자의 견지라 보여집니다.
승유: 두 눈을 잃었으나 (평온한) 마음을 얻었고, 복수를 잃었으나 당신을 얻었소.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게 하지 않은 결말과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놀라운 반전...
작품의 완성도를 드높인 결말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 이런 드라마를 또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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